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해주고 있었다. 또한 십여 장이 넘는 거대한 방 안이 사방에 꽉꽉 들어찬 책장 때문에
답답함을 주고 있었다.”언니! 언니는 알고 있었죠?””뭐가……?”천여랑은 고개도 들지 않
고 지극히 딱딱한 어조로 말하는 그녀에게 더욱 큰 소리로 외쳤다.”혼인에 관한 일이요!”
그녀의 외침에 그제야 고개를 숙이고 있던 백의 소저가 고개를 들었다. 그러자 주위의
칙칙한 분위기가 한순간에 밝게 변해 갔다. 그 정도로 그녀의 미모는 뛰어났던 것이다.
기품이 느껴지는 그녀의 맑은 두 눈이 잠시 반짝거렸다.”차를 내오거라.”그녀의 말에 옆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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에 서 있던 시비가 급히 나갔다. 그러자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앞에 있는 탁자에 천여
랑을 앉게 권하고 자신도 자리에 앉았다. 그제야 천여랑은 약간 표정을 풀고 자리에 앉
으며 말했다.”알고 있었죠?”차가 나오자 백의 소저는 차의 향기를 맡으며 차를 입으로 가
져갔다. 그 모습에 짜증스런 목소리로 천여랑이 소리쳤다.”약화 언니!”천여랑의 외침에 중
원의 사패 중 하나이자, 중원 최고의 머리라 할 수 있는 대문화궁의 궁주인 문화미(文話
美) 오약화(午略畵)가 차를 내려놓으며 인상을 약간 찌푸렸다. 하지만 그 모습도 중원의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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사대 미인에 속하는 그녀의 용모와 어우러져 밝은 미를 뿌리고 있었다.”그렇게 소리치지
않아도 다 들린다.””약화 언니! 언니는 알고 있었던 것이죠? 그렇죠? 왜 제게 말을 하지
않았어요?””이미…, 성주님이 결정하신 일이야.”천여랑은 오약화의 딱딱한 대답에 탁자
를 손으로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.”저는 절대 용납할 수 없어요, 그 사람은 어디 있죠?”
“누구 말이냐?””초 공자요!”오약화는 천여랑이 충분히 흥분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
. 자신이라고 해도 저렇게 화를 냈을 것이다. 하지만 천여랑의 입에서 초 공자라는 말이
나오자 안색을 약간 굳히며 단단한 어조로 말했다.”너와 그 사람은 만나서도, 이루어질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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수도 없어! 그건 불가능해 알아들겠니?””하지만 제 의사도 묻지 않고 정혼을 한다는 것
은, 제가 용서할 수 없어요!”천여랑의 말에 오약화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. 그리고 타이
르듯 말했다.”생각해 보렴, 너는 천왕성의 소성주야, 하지만 그 사람은 겨우 낭인일 뿐
이다. 알아들었니?”오약화의 말에 천여랑은 고개를 숙였다. 오약화의 말뜻을 잘 알고
있었다. 그 말이 뜻하는 바가 어떤 것인지도 알고 있었다. 하지만 인정하기 싫었다. 그
저 얼굴도 모르는 사람과 남은 평생을 함께 살아야 한다는 현실이 싫었던 것이다. 그
리고 천여랑은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.”이제…, 이제 겨우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았어
, 겨우 그 사실을 알았단 말이야. 그런데…, 그런데 나보